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의 면적은 고작 0.44㎢, 서울 여의도 면적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그 작은 땅에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로마 여행이 어떻냐고 묻는다면 저는 바티칸과 콜로세움, 그리고 화덕 피자 한 조각이 이 도시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고 얘기 할 것입니다.

천주교 신자로서 처음 선 바티칸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그래서 바티칸 시국(Vatican City State)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곳인데, 막상 로마 일정을 짜고 보니 입장권 확보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일반 입장권은 로마에 머무는 일주일 내내 매진 상태였고, 결국 가이드 투어로 예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전 8시 개장과 동시에 입장하는 일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선택이 탁월했습니다.
바티칸 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전시 면적만 수 킬로미터에 달하며, 고대 유물부터 르네상스 회화, 현대 미술품까지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특히 압도당한 곳은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이었습니다. 시스티나 성당이란 교황청의 공식 예배당으로, 미켈란젤로가 1508년부터 1512년에 걸쳐 완성한 천장화 '창세기'와 1541년에 완성한 제단화 '최후의 심판'이 있는 곳입니다. 책에서 수없이 봤던 그 그림을 실제 천장에서 마주했을 때의 감각은, 솔직히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한참을 고개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가이드 투어를 선택한 덕분에 각 작품의 이코노그래피(Iconography), 즉 종교적 상징과 도상학적 의미를 현장에서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코노그래피란 미술 작품에 담긴 상징과 주제를 해석하는 학문으로, 같은 그림도 이 관점으로 보면 완전히 다른 층위의 이야기가 보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가이드 투어의 가치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그냥 눈으로만 훑었다면 분명 그냥 '오래되고 멋진 그림'으로만 지나쳤을 겁니다.
바티칸 방문 시 꼭 알아둬야 할 실용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입장권은 성수기에 빠르게 매진되므로 최소 2~3주 전 사전 예매 필수
- 가이드 투어 예약 시 줄 서는 시간을 절약하고 심층 해설을 들을 수 있음
- 성 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 입장은 무료이나 복장 규정(어깨·무릎 가림) 준수 필수
타 종교에 관심이 없는 분들께는 솔직히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물 대부분이 가톨릭 역사와 직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인류 문명의 헤리티지(Heritage), 즉 문화 유산이라는 관점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영겁의 시간, 로마 콜로세움 앞에서
로마를 경유하는 여행자에게 딱 한 곳만 추천하라고 하면, 저는 주저 없이 콜로세움(Colosseum)을 꼽습니다. 서기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명으로 착공해 서기 80년 티투스 황제 재위 시 완공된 이 원형 경기장은, 고작 8년 만에 완성된 초대형 구조물입니다. 최대 수용 인원이 5만~8만 명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자연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목록으로, 콜로세움은 1980년에 등재되었습니다(출처: 유네스코).
직접 들어가 보니 그 웅장함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현대 기술로도 이 규모의 경기장을 8년 안에 짓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2천 년 전에 완성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정도로 보존되어 있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아레나(Arena)라고 불리는 경기장 바닥 아래로는 히포게움(Hypogeum)이 발굴되어 있습니다. 히포게움이란 검투사와 노예, 맹수들이 대기하고 이동하던 지하 통로 및 방의 구조물을 가리킵니다. 실제로 그 구조물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서면, 당시의 생생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집니다.
이곳 역시 바티칸과 마찬가지로 가이드 투어를 권장드립니다. 가이드 없이 혼자 돌아다니면, 보는 각도나 조명에 따라 비슷해 보이는 유적들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가이드는 꼭 봐야 할 포인트와 전망이 가장 좋은 위치를 짚어주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을 훨씬 알차게 쓸 수 있었습니다. 또 투어로 예약하면 현장에서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됩니다. 성수기에는 현장 티켓 구매가 어려울 수 있으니, 일정이 잡히는 즉시 예매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입장 시에는 신분증이 필요하며, 큰 가방, 유리병, 셀카봉, 음식 반입은 제한됩니다.
로마에서 만난 인생 피자
이탈리아에 가서 뭘 먹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연코 화덕 피자를 얘기 할 것입니다. 피자의 역사적 기원은 나폴리(Napoli)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폴리식 피자, 즉 피자 나폴레타나(Pizza Napoletana)는 2017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란 공동체의 전통과 기술, 표현 방식 등 살아있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는 목록으로, 피자 제조 기술이 여기에 포함된 것은 그 문화적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출처: 유네스코).
안타깝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나폴리까지 갈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로마에서 먹은 화덕 피자도 제 인생 피자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로마식 피자는 피자 로마나(Pizza Romana)로 불리기도 하는데, 올리브 오일을 넣어 얇고 바삭하게 구워내는 도우가 특징입니다. 이 얇은 도우를 파스타 프롤라(Pasta Frolla)처럼 밀어 화덕에서 고온으로 단시간에 구워내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안은 적당히 촉촉한 질감이 완성됩니다.
제가 방문한 스방코(Sbanco)는 피자 명장 스테파노 칼레가리가 2016년에 문을 연 곳입니다. 이 가게의 카치오 에 페페(Cacio e Pepe) 피자는 페코리노 로마노(Pecorino Romano) 치즈와 후추를 듬뿍 올린 메뉴인데, 처음 보는 순간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잘게 부순 얼음을 활용해 윗부분의 수분을 유지하면서 겉을 황금빛으로 구워내는 독창적인 기법이었습니다. 저는 이 한 판을 다 먹고 나니, 각 가게마다 다른 특색 있는 피자를 찾아 돌아다니고 싶어지는 충동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여러 곳을 방문하게 됐죠.
로마에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전통을 이어온 피자 전문점들이 많습니다. 그중 한 곳을 골라 장작 화덕에서 막 구워낸 피자를 맛보는 경험, 로마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일정에 넣으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laidbacktrip.com/posts/vatican-city-one-day-itinerary